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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2021

생물멸망 시나리오

by 별관 2021. 1. 15.

<생물멸망 시나리오>

 

참여작가: 이해미

전시기간: 2021.1.15-24

 

글: 이해미

음악: 파제x이권형

사진: 안부

 

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창작지원부 신진예술가지원사업 2020바로그지원

 

 


생물멸망 시나리오 
이해미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는 쥐가 굉장히 많이 사는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동생과 함께 집에 가는 길은 다양한 쥐의 시체가 널브러진 공포의 길이었다. 동물을 워낙 좋아했던 나에게는 이들의 죽음이 매우 충격적으로 나가왔다. 길 위에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을 볼 때도 죽은 쥐의 시체인 줄 알고 놀라 뛰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죽음의 무게를 느끼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매 순간 안타까움과 슬픔, 공포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억들은 더욱 뚜렷이 남아 지금까지도 길가의 쓰레기를 보면 혹여나 동물의 시체가 아닐까 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어릴 적 내가 묻어주지 못한 생명들에게 느낀 죄책감을 덜고 싶은 것인지 현재 죽은 이 동물들을 애도하고 싶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쳤다간 감정의 우울감이 자꾸 커져가 나를 괴롭히기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했다. 

 이런 외상(trauma)은 나를 동물권에 관심이 가도록 만들었다. 지금의 인간은 동물에게 매우 의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의식주 및 경제활동 전반에서도 동물의 죽음이 지니는 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보고 반발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약육강식의 원리에서 인간이 동물을 취하는 걸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모르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덮어두고 누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지하게 된다. 현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사태와 무분별한 공장식 사육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듯 지난 돼지열병 사태와 구제역만 보아도 현 인류가 동물에게 가하는 일이 잘못 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나는 앞서 언급한 사태들이 동물이 자결하는 하나의 형태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생물이 스스로 멸종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무분별하게 학살한 대가를 치르고 인류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곧 생물에게 새로운 ‘디스토피아(dystopia)’를 제시 할 것이다. 

 디스토피아는 이미 동물에게는 도래 되었을 것이다. 인류가 상상한 디스토피아의 부분은 황폐한 환경과 부족한 식량, 동족의 무차별한 죽음, 잃어버린 인류애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축 혹은 야생 동물에게는 앞서 언급한 모든 상황이 맞물려있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동물은 물상화(reification)되어 인간이 감정을 느끼면서 죽이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나는 동물이 처한 상황에서 과장의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간다. 작은 철장에 끊임없이 동물을 넣어 기르면 그들은 결국 살이 늘러 붙고 엉킨 상태의 키메라(chimera)가 되어 사육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알 수 없는 형태를 가진 생명은 멍하게 어딘가를 응시하는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들이 있는 자연은 인위적인 이들의 모습 때문에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받고, 이 자연 또한 언젠간 인간에게 파괴되어 더욱 황폐한 상황으로 흘러가버린다.

 무심히 버려져있는 어떤 형상에 대한 관심은 내가 가진 트라우마와 병치된다. 특히 바닥의 얼룩이나 적치된 물건들을 보면서 동물의 시체를 상상하곤 하는데, 작품 속의 키메라를 구현하는 바탕 드로잉이 된다. 나는 동물에게 여러 방법을 통해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현재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희생 속에 누릴 수 있다는 것과 그 희생을 누리는 사람들은 현실을 회피한다는 것. 회피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생명에게 어떻게 하면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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