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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2020

벽화

by 별관 2020. 5. 29.

<벽화 Pictures on the Wall>

 

참여작가: 김학량
전시기간: 2020.5.16 - 31

 

 

전시사진: 안부


벽화―그늘, 얼룩, 바람,

 

살다보면 내가 뭔가를 하거나 어딜 가거나 무엇인가를 좋아하거나 할 때 그 까닭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 는 경우가 간혹 있다. 사실 전후좌우상하 문맥과 회로와 역사를 더듬으며 묵상하면 대개 수수께끼가 풀 리는 법인데, 그래도 어떤 것은 실마리 잡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 , 벽화라는 게 딱 그렇다.

 

세상엔 참 구경거리도 많다.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살려면 한 64억 년쯤은 걸릴 텐데 그건 자연 이치 상 불법이고, 내가 나도 모르게 알아낸 방법은 여기저기를 끊임없이 살피는 것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산 만해서, 어딜 가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더딘 편이다. 바짝 다가가 가만 들여다보고 뒤집어보고 슬쩍 옮겨 도 보고 모른 척하기도 하고 밀어도보고 땡겨도 보고 그런다. 해보다는 달, 양달보다는 응달, 산마루보다 는 계곡, 사람보다는 사물 쪽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번 작업도 그런 버릇에서 나왔다. 오호래전부터 오며가며 주택가나 상가의 담벼락이나 길바닥에서 불 현듯 만난 얼룩이나 오점, 낙서 같은 것을 기록해왔는데 그 중에서 솎아내 그렸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내가 왜 이다지도 이런 얼룩에 매혹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내가 내 마음을 잘 모르겠 고, 왜 이런 것을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르겠어서 더더욱 그리게 되니 참 희한한 일이다.


허튼 삶에, 허튼 벽에, 허튼 꽃이라,

 

어떤 그림은 오래전부터 이미 거기에 있던 것, 어떤 그림은 누군가가 실수한 것, 어떤 것은 그가 함부로 그어댄 것, 어떤 건 그 사람이 무심결에 던진 것, 어떤 것은 누군가가 악다구니 쓰며 저지른 것, 어떤 건 고부순한 십대 중반 아이가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는 듯이 그윽히 그 어간 것,

 

어떨 때 그 그림은 누군가의 오명汚名, 어쩌면 그건 어느 인생이 흘리고 간 오점汚點, 혹 그 것은 누군가가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실책, 그건 글쎄 누구누구의 마음이거나, 뜻도 방향도 목표도 없이 그저 버려지다피 지나가는 누군가의 , 그건 난 뒤에도 은 허, 그렇, 아니면 또 꿈설핏 타났스러릇한 ,

 

그것은 무슨 이기라고 하기엔 단촐하고, 까 싶어 리번거려도 이미 종은 없이 되 , 여도 리는 어있고, 무슨 일일까 싶어 들여다보지만, 글쎄, 그것은 주인도 도 없을 무엇, 다만 바람에 려가는 가랑잎의 그림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걸까, 경이 되기엔 함모도 어설프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경이 아니라고 누가 주할 수 있을까, 깨비 같은 것이라고 우길 수도 있지만 글쎄, 내가 깨비이지 누가 무슨,

 

그래서 이건 참 내다 버리기도 아, 없다 치려니 은하고, 하자니 그저 허것 일 이고, 고 보자니 허하고, 에 담아자니 가하기만 하고, 없는 치자니 눈 감 으면 하고,

 

그런 이다, 벽화, 삼천리 방방곡곡에 벽화, 에건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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